매일성경묵상나눔

가능하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

by PastorKang posted Mar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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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정말 자신이 다 알아서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믿고 싶고 맡기고 싶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 쉬운가? 자신이 아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얼마나 부족한지를 스스로 깨달아야 비로소 자세를 낮출 수 있다. 삶과 사람과 현실 세계를 알아갈수록 생각은 점점 더 복잡하다. “할 수 있다.”가 “하면 될까?”로, 그것이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 있구나?”로 변하게 되면 절망한다. 자신감은 점점 더 사라지고, 꿈과 소망은 힘겨운 현실을 이겨내는 힘이 아니라 사치품으로 전락한다. 계속되는 어려움과 절망과 거절감은 영혼과 육체를 좀먹고 무기력하게 한다. 살아야 하고, 버티고 견뎌야 하니까 주어진 일에 몰입한다. 적어도 몰입할 때에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그렇게 살아간다. 

 

반면에 자신이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갈수록 더욱 담대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고 고집하던 것을 내려놓고, 겸손히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회의 구족적인 문제에 분노할 수 있고, 그것에 저항하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분노의 근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가야 한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상대적으로 출발선이 달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분노하고 있는지, 최선을 다해 보지 않은 채 그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한탄하고 있는지,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그것은 그 답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목적과 방향을 점검하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향해 가기 위한 것이다. 

 

출발선이 다른 것은 현실이고, 그것으로 인해 차이가 있고, 차이를 넘어 차별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단지 출발선이 다른 것에 대해서 거부하고 분노만 하면서 세월을 보낼 순 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불평등, 불공정한 삶으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그렇다고 그것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순 없다. 적어도 불평등, 불공정한 삶을 줄여가고, 그것으로 인한 차별의 간격도 줄여가야 한다. 신분에 따른 계급은 없지만, 서로 다른 리그에서 살아가는 신계급 사회가 오늘의 현실이다. 플라톤은 각각의 리그에서 각자 맡은 역할에 충성하고, 소수의 탁월한 지혜자들이 통치하는 것이 ‘정의’라고 말했지만, 그럴 순 없다. 플라톤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던 고대 로마의 집정관 출신 키케로는 은퇴 후 ‘의무론’에서 플라톤의 ‘정의’를 하나의 과정으로서 말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라.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간의 의무를 교환해야 한다. 기술과 노동과 재능을 주고 받아야 한다.” “서로 나누고, 공동체와 함께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의무이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리그의 구분이 있으나,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먹고 살 수 있도록 서로 나누고 베풀라는 것이다. 그것이 돈, 재능, 기술, 노동이든 서로 다른 리그라 할지라도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더 높은 리그에 속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이런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리그의 경계선을 지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추구한다면 가능하다. 

 

교만과 욕심으로 가득 찬 우리네 인생에서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가능하지 않지만, 포기하거나 모른 척 외면할 것도 아니다. 어려운 일이다. 하나님 나라를 완벽하게 경험해서, 그것을 믿고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마치 어떤 음식의 일부를 먼저 맛보고 그것의 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삶의 목적과 가치와 실제를 조금씩 경험하다보니, 하나님 나라를 믿고 소망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내가 모든 다 할 수 없지만, 나의 삶의 자리에서 감당할 역할과 책임이 있다. 현실적인 삶의 자리에서 살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그림인 온전한 하나님 나라의 삶을 믿고 소망한다. 그것이 내 시대가 아니어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음으로 바라본다. 결론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삶의 문제로 힘겹게 살다보면, 그저 지금 버티고 견디고 살아가는 것, 작은 만족과 기쁨을 누리고, 그것을 흘러 보내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그 어디나 ‘하늘 나라’를 고백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채찍질하고 그를 죽일 것이나 그는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하시되 제자들이 이것을 하나도 깨닫지 못하였으니 그 말씀이 감취었으므로 그들이 그 이르신 바를 알지 못하였더라” 눅 18:3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