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와 목적을 점검하라

“동기와 목적을 점검하라”

둘째 아이가 군대입을 위해 전문 모집병에 지원하여 1차 서류 심사 통과 하고 2차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이틀 전 면접 날짜가 언제인지를 두고 아이와 나는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나는 안내문을 통해서 확인하고 4월 3일로 달력에 입력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아이는 그 날이 아니라 3월 27일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면접날인데 어떻게 잘못 알겠느냐며 웃으며 말하지만, 난 내가 확인하고 기억하는 정보가 99.9퍼센트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정말 나의 기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카톡이 왔다. 병무청에서 보낸 면접 안내 문구를 캡처한 사진이었고, 그것에 따르면 아이가 맞았다. ‘아닌데, 내 기억이 정확한데…. 그럼, 면접 날짜가 변경된 것일거야!’ 그냥 정보나 기억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그래도 자기 확신에 안내문을 확인했다. 안내문을 잘못 본 것이었다. 다른 전문 모집병 면접 날짜를 가지고 그것이 맞다고 우겼던 것이다.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정보나 기억이 항상 옳은 순 없고,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종종 말하곤 했는데, 아직도 성숙한 수준에 이르기에는 먼 것 같다. 자기 신념과 확신에 가득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니 소통도 없고, 새로운 깨달음과 배움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확실한 증거와 사실을 보여주는데, 그것 역시 부인하고 자기 신념과 확신을 고집하는 어이 없는 상황도 있다. 그때는 조용히 침묵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떤 설명과 설득과 소통도 없을 때에는 스스로 깨닫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가 인정하든 혹은 인정하지 않든 사실은 드러나고, 진리는 진리로 승리한다. 마치 악을 행하는 자에게 악으로 보복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높은 수준의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억울하고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예수님을 생각하고 예수님을 바라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확신을 갖고 강하게 주장하고 끝까지 지키려 하는 것이 있다면, 그 이유와 목적이 선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자신의 만족과 유익을 위해, 가지고 있는 특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와 명예와 권력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확신을 정당하게 만들어가는 것은 선하지 않다. 출발은 선하고 아름다운 가치로 했지만, 그 과정에 그 동기와 목적이 변질되어 기득권과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념을 고집하고 합리화 할 수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자신의 신념과 확신과 주장에 대해 정직하게 질문하고 진정성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침묵하고 아무 대답도 아니하시거늘 대제사장이 다시 물어 이르되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이르되 우리가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 막 14:6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