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평균 점수

“순종의 평균 점수”

달리기나 수영을 할 때, 단거리 경기에서는 처음부터 100퍼센트의 힘을 다 사용하지만, 중장거리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중장거리 경기에서는 처음에 앞선다고 해서 끝까지 앞서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50~6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다가 70~80퍼센트로, 90퍼센트로 올리고 마지막 구간에서는 전력을 다한다. 처음부터 에너지를 다 쏟아 잠시 앞서갈 순 있지만, 정작 에너지를 집중해서 치고 나가야 할 때에는 힘이 부족해 그만 뒤쳐진다. 물론 어쩌다가 체력이 월등하여 90~100퍼센트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힘을 적절하게 조절하다가 결승점을 앞둔 마지막 구간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이런 장거리 경기를 위해서는 꾸준히 오래할 수 있는 체력 훈련과 효율적인 방법들을 익힌다. 일정 구간을 50~60퍼센트의 힘으로 반복하고, 70~80, 90퍼센트 힘으로 일정 구간을 반복하고, 전력을 다하여 일정 구간을 반복하며 훈련한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훈련을 지속하다 보면 장거리 경기를 할 수 있는 근력과 지구력과 힘의 효율적인 배분의 능력을 익힐 수 있다. 처음부터 10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면 얼마 가지 않아 체력은 고갈되고, 목적지에 이르기도 전에 포기할 수 있다. 처음에 반짝 주목받을 수 있지만, 곧 사라지고 잊혀진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주와 같다. 단 한 번의 100미터 경주라면, 모든 것을 다 쏟아 집중할 수 있지만, 인생이 어디 그런가? 만약 그랬다면 나는 이미 그 경주에서 실패하여 삶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 하기는커녕, 그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각자의 삶의 목적지가 있고, 끝까지 완주해야 비로소 끝나는 긴 여정이다. 그 여정 안에는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있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토리는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 여정에서 깨닫고 배우고 익힌 지혜들이 남은 인생 여정을 위해 길고, 효율적인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완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이곳에서는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힘을 사용해야 하는지 조금씩 더 알아간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당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배웠던 것처럼 누군가를 돕고 섬긴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도 그렇다. 처음부터 100퍼센트 완벽한 순종이 가능한가? 단 한 번의 순종이라면 100퍼센트 순종하면 끝날 수 있지만, 순종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처음부터 완벽한 확신을 가지고 순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 저것 비교하기도 하고, 때로는 말씀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해 그 길을 가 보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순종의 길로 돌아간다. 때로는 할 수 없이 순종한다. 다른 방법이 없고, 다른 선택이 없기에 할 수 없이 따라간다. 때로는 얼떨결에 떠 밀려 순종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순종의 길에서 하늘을 나는 행복을 경험한다. ‘바로, 이것이구나! 이것이 하나님이 내게 원하는 것이구나! 진작에 순종 했다면 좋았을 걸!’ 할 수 없이, 얼떨결에 순종 했지만, 그곳에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와 계획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벼랑 끝에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 떨어지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한 손이 나를 받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것을 경험한다.

이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 했으면, 곧장 하나님의 말씀에 100퍼센트로 순종하는 삶이 펼쳐질까? 그런데 실상은 왔다갔다 한다. 온전한 순종으로 주님의 말씀을 발견하고 따라가지만, 어느 순간 그와 상관없이 내 뜻과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얼마나 많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 했는가? 재미있는 것은 그 오르락내리락 하는 간격이 줄고, 그 폭도 엄청 많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순종의 평균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51퍼센트로 간신히 순종 했던 것이, 60~70, 80퍼센트로 상승하고 있다. 단 한 번 순종하고 끝내는 인생이 아니다. 꾸준하게 그리고 끝까지 순종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다. 지금 인생의 구간에서 순종의 평균은 얼마나 될까? 시들시들 하는 등급에서 벗어나 B등급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의 마지막 구간에서는 반듯한 A등급을 받고 싶다.

“이제 나는 내 백성에게로 돌아가거니와 들으소서 내가 이 백성이 후일에 당신의 백성에게 어떻게 할지를 당신에게 말하리이다 하고 예언하여 이르기를 브올의 아들 발람이 말하며 눈을 감았던 자가 말하며” 민 24:14~15